전철(前轍)

사랑의길 on 02/15/2020 10:36 AM

 

 

 

“이런, 게을러 터진 놈!”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미적되거나

당장 눈 앞에서 해야 할 일을 꾸물거리면

선친은 여지없이 그렇게 채근하셨다.

정말 듣기 싫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녀석이

“이런, 게을러 터져 가지고…”

굼뜬 자기 동생을 그렇게 타박하고 있지 않은가.

태어나 병석의 할아버지만 대했을 아들녀석이

직접 들었을리는 없고, 그렇다면 애비인 나다.

혐오적 표현을 그대로 대물림 했던 것이다.

오늘 신하로 살다 열 지파를 물려받아 임금이 된

예로보암이 솔로몬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자기가 만든 금송아지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산당을 지어 지 멋대로 사제를 세웠기 때문이다(1열왕 12,28-34).

지난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 한

나의 길 역시 예로보암과 다름 없는 것을.

 

“너희는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루카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