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송

사랑의길 on 03/22/2020 10:34 PM

 

코로나19로 교구의 미사 중지 방침이 나오고

본당 신부님의 대송을 권고하는 지침을 보면서

나는 은근히 걱정하기 시작했다.

데레사는 아니지만 아이들 때문이었다.

저 고집 센 녀석들을 어떻게 달래서 같이 대송을 바치나?

어제 늦은 밤 TV미사를 하기로 합의를 보면서

시간을 놓고 갑론을박했었다.

내가 아침 10시 30분이 어떠냐고 운을 떼자

데레사가 대게 성당들의 교중미사가 11시다,

그때 하는 것이 맞다며 완강하게 나왔고

아이들도 대체로 수긍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막상 11시가 다 되었음에도

아이들은 일어 날 기척이 없어보였다.

나는 저 아래 약간 끓어오름을 느끼며

지난번 할머니 기일 긴 위령기도를 바치려다

딸내미의 청을 받아들여

짧은 위령기도로 양보했던 일을 떠 올렸다.

형식보다 화합,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오늘 이사이의 아들들 가운데

임금이 될 사람에게 기름부으러 간 사무엘이

엘리압이구나 생각하자

주님께서는 이미 그를 배척했다며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본다지 않으신가(1사무 6,6-7).

“점심먹으며 TV미사 합시다.”

“언제 신식이 되셨어?”

밥상을 차리던 데레사가 깜짝 놀랐다.

드디어 TV화면 가득 복사 신부님들을 대동하고

등장하신 원주교구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기 무섭게

“또한 사제와 함께!“

바로 숟가락을 놓고 기도손을 하는 나에게

딸내미는 입을 삐죽였다.

“밥을 먹지 말아야지.”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심통 난 아들의 입바른 소리.

점심을 먹으며 드리는 TV미사,

함께 대송을 바치기 위한 애비의 궁여지책을

녀석들은 그렇게 배척하고 있지 않는가.

고맙다, 알긴 아는구나.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에페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