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사랑의길 on 12/27/2020 04:06 PM

 

굴뚝은 집 뒤란 추녀 끝에 세워져서

불을 지피면 연기가 방고래를 타고

화기와 함께 구들장을 데우고 나와

쏙 빠져나가는 온돌집 필수장치다.

함경도와 강원도 북부지역 굴뚝은

온기를 더 보존하기 위해 높고 남쪽

지방은 지붕 아래쯤 낮게 자리한다.

동네 아이들과 실컷 놀다 어둑어둑

땅거미 지는 멀리 우리집 굴뚝으로

길게 연기가 솟아오르면 그것은 밥

먹어라! 부르는 엄마의 손짓이었다.

이윽고 장독대 옹기들처럼 머리를

맞대고 우리 식구는 저녁을 먹었다.

굴뚝 연기는 엄마 사랑의 징표였다.

지금도 귀갓길 내 마음속 굴뚝에선

엄마 손짓 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콜로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