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사랑의길 on 11/19/2020 01:37 PM

 

아버지는 무학이 평생 한이셨다.

40년 전 나의 대학 입시 성적이

나온 날 아버지는 감기가 드셨나

종일 누워서 콧물을 닦고 계셨다.

아들놈 점수는 서울대학이 아닌

서울의 대학도 힘든 지경이었다.

3년 뒤 군입대를 하는 날 아침도

하직 인사를 드리는 데 아버지는

돌아앉아 또 콧물만 닦고 계셨다.

지나고 보니 아버지는 자식놈에

대해 끓는 애통함을 안쓰러움의

표현을 콧물이 대신하셨던 거다.

아버지가 생각날 때 불효자식은

괜히 코를 킁킁대는 버릇이 있다.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루카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