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

사랑의길 on 03/08/2020 03:36 PM

 

 

20여년 전 아버지의 삼우제를 치르고

가족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나는 머잖아 이민을 간다고 선언했다.

남매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전적으로 장남에게 의지할 어머니로서는

마른 하늘 날벼락이 따로 없으셨다.

그리고 3년 후 배웅하는 공항에서 조차

아니면 얼른 돌아 올 것을

어머니는 눈물로써 다짐 받으시는 게 아닌가.

나름 고생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나는 아들이지만 어머니 눈에는

거저 장밋빛 꿈에 젖은 철부지였을 뿐이다.

분가만 했을 때는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산다,

당신 스스로 위로 하셨지만 이젠 다른 하늘

이역만리 처자식을 끌고 떠나는 자식을

바라 볼 수 밖에 없던 어머니는 오죽하셨으랴.

딸아이를 겨우 1년 교환학생으로 보내고도

잠 못이루며 타는 목마름처럼 그리워 했는데

20년 가까이 기약없는 밤을

도대체 어머니는 무슨 수로 견디셨을까?

어쩌다 궁한 바람결의 소식이나

비자갱신 차 나온 아들의 행색을 대하고는

속곳 밑이라도 팔아 주고 싶다시던 도무지

입에 올릴 수 없는 언사마저 부끄러워 하지 않고

그렇게 애를 태우셨는데… 아아, 어머니!

이제는 한 줌 재로만 남아계시니

불효자의 회한이 아무리 깊고 넓다 한들

십 수년 홀어머니 가슴의 바람구멍만 했을까?

오늘 길 떠나는 아들 아브람(창세 12,4)을 놓아주는

그 어머니의 심정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아이고 얘야,

내가 어쩌자고 너를 떠나보냈단 말이냐?”(토빗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