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

사랑의길 on 05/14/2020 04:57 PM

 

2013년 2월 11일 바티칸의 아침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저는 2월 28일 오후 8시에

교황직을 내려놓을 것을 완전한

자유의지로 선언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사임은

1294년 첼레스티노 5세 이래

719년 만에 일어난 초유의 사건이었다.

하느님 앞에서 처절한 성찰 끝에

오로지 교회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당신의 안위를 위한 선택이라는

교회 안의 비난은 물론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출되던

3월 13일 저녁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

강요된 사임이라는 등 교회 밖은

각종 음모론이 꼬리를 물었다.

오늘 제비뽑기로 마티아 사도가

열두 번째 빈자리에 착좌했다(사도 1,26).

그때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즈와 같은 유력지들이 

있었다면 구약의 제비뽑기 전통을

무슨 모략이라 불지폈을까?

세상은 사도좌를 하늘의 뜻, 섭리가 아닌

종신 권력으로 보는 것을.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