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입니다] "겸손·청빈? 착하게만 살지마세요, 그러다 병납니다"

푸른산 on 11/14/2019 11:49 PM

"겸손·청빈? 착하게만 살지마세요, 그러다 병납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19.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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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겸손하고 희생하며 착하게만 살려고 하지 마세요. 병(病)납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65) 신부는 역발상과 전복(顚覆)의 메시지를 던진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가 그동안 낸 책 제목만 봐도 그렇다. '벗어야 산다'(3만부)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4만부)라고 권한다. '천주교 사제'라면 선입견처럼 떠오르는 엄숙·경건·겸손·청빈 등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은 독자, 특히 천주교 신자들은 "딱 내 이야기" "속이 뻥 뚫린다"며 열광한다. 알게 모르게 신자들을 옥죄던 죄책감을 훌훌 털어주기 때문이다. 최근 펴낸 책은 제목 자체가 '착한 사람 그만두기'(아니무스)다.

"저도 사제가 되고 나서까지 '착한 아이'로 살았어요. 사제 생활 10년쯤 됐을 때 심한 무기력증에 빠지는 바람에 영성심리상담을 받은 후 알게 됐죠. 그때까지 감독·주연을 하며 '착한 사람'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 조선일보

단적으로 사제 서품 후 그는 '가난한 신부'를 목표로 했다.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후 신학교로 진학한 그는 사제가 되기 전까지는 남에게 밥을 사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가난한 신부'로 살다 보니 항상 밥을 얻어먹어야 했다. 게다가 돈 좀 쓰는 사제를 보면 속으로 '저 신부는 왜 가난하게 살지 않지?'라며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했다. 심리상담을 받고 난 후에야 '사제의 가난함은 외적인 가난이 아니라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란 걸 깨닫게 됐다.

또한 그는 항상 내성적이고 무대 울렁증, 카메라 공포증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알고 보니 무대 체질이고 카메라를 너무 좋아하는 홍성남이 마음 저 밑에 있었다. 작년 말부터는 혼자 카메라 틀어놓고 유튜브 녹화를 할 정도다. 인생 모토는 '더 많이, 더 높이, 너 낫게'로 바뀌었다. 물론 영적으로 '많이, 높이'다.

책에는 이런 시행착오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마음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길거리 쓰레기만도 못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 것.' '술 취하면 저도 주님 앞에 가서 주정 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홍 신부가 전하는 메시지는 '영성 생활은 영혼의 자유로움을 얻기 위한 삶'이란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웃고 살라고 권한다. 자유로우려면 솔직해야 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야 한다. '퍼주기'도 자제하라고 한다. 자꾸 퍼주다 보면 내 마음이 고갈되고 피해 의식, 억울한 마음, 분노가 쌓이다가 마지막엔 '가짜 평화'만 남는다. 그는 "나의 삶을 개선할 사람은 나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애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자신 혹은 남이 정해둔 선(線)에서 굴러떨어졌다고 낙담하지 말라"고 권하고, "기도 모임 다녀와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사람들 대부분 6개월을 못 간다"며 "자기 변화를 너무 믿지 말라. 때로는 결심이 사흘도 못 간다"고 위로한다. "누구나 잘못된 일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항상 깨어 기도하라고 하셨던 겁니다."

그는 특히 '종교 사기꾼'을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신자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는커녕 덧나게 하는 사람, 하느님의 뜻 혹은 영성을 운운하며 신자들을 심리적으로 학대하는 사람, 교세(敎勢) 감소에 대해 신자와 세상의 물질주의 탓을 하는 사람, 신자를 사목(司牧)이 아니라 사육(飼育)하는 사람들이 홍 신부가 분류한 사기꾼 계열이다.

그는 종교기관은 '동네 병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아무 때나 쉽게 들러서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10배는 더 힘듭니다. 듣는 게 일인 저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 두 분 계십니다. 스트레스 쌓이고 고민이 있을 땐 털어놔야 합니다. 털어놓으며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