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

사랑의길 on 04/18/2020 12:18 PM

 

열화와 같은 박수로 특강이 끝나고

성전 밖 강사 신부님은

신자들이 둘러 싸 꼼짝 못하셨다.

얼마나 감화가 컸던지

늦은 밤 신자들은 저마다

신부님을 자기 집 또는

특별한 데 따로 모시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목이 있어

어느 누구 하나 선뜻 신부님께

말을 꺼낼 수 없는 노릇,

몇 발짝 뒤 우리 부부도

같은 열망을 감춘 채

마냥 쭈뼛거리고 있을 때였다.

“지금 형제님 댁에 방문해도 될까요?”

너무나 순식간의 사태(?)라

다른 신자들에게 민망할 겨를도 없었다.

그때 우리는 이민한지 겨우 몇 해,

경제적 안정은 커녕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어

신부님을 모신 기쁨은 간데 없고

물 한 잔 겨우 내드리는

형편이 몹시 부끄러웠다.

“어떻게 저희 집으로….”

“영업하는데 고객 마음을 못 훔쳐서야, 하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연약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오늘 맨 처음 나타나셨다.

강물이 아래로 흐르 듯

은총도 낮은 곳으로 흐르나 보다.

 

“평안하냐?”(마태 28,9)